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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08-12-01 10:33
학교폭력 신고전화
 글쓴이 : 김희대 (125.♡.246.130)
조회 : 4,261  

본인이 근무하는 상담센터에는 ‘학교폭력’, ‘학생고충’과 관련하여 전국에서 걸려온 전화를 받게 된다. 이는 교과부에서 학교폭력의 예방과 근절에는 신고체제의 확립이 급선무라는 판단에서 2006년 시범적으로 010 휴대폰으로 1588-7179 전화를 하면 본인이 소속된 교육청 상담센터에서 전화를 받게끔 장치를 하였기 때문이다. 

 학교폭력 신고전화는 하루 이십 통 넘게 걸려오는데, 전화를 건 대상은 초등학생에서부터 중학생, 고등학생, 대학생, 학부모, 교사, 일반인이 망라되어 있고, 내용은 학교폭력, 따돌림, 흡연, 교사체벌, 전입학문제, 심리상담, 기타 (학생증 습득신고, 인성교육 중요성 역설...) 등이 포함된다. 또한 전화벨 소리를 듣고 전화 상담실에 도달하면 끊기곤 하여 헛걸음하는 전화도 하루 20통 넘는다. 이는 주로 아동, 청소년들이 전화를 걸까 말까 망설인 가운데 전화번호를 돌렸다가 상담자의 목소리가 들리면 당황해서 끊는 경우로 생각된다. 어떤 경우는 친구에게 폭력을 당하는 아이가 영리하게 폭행당한 내용을 들을 수 있도록 전화기를 열어 놓기도 하고, 교실에서 체벌하는 선생님의 목소리도 들려지기도 한다.


 학교폭력 신고 휴대폰 전화는 2007년에 와서 교과부가 협약으로 학교폭력전문상담기관인 청소년폭력예방재단에서 전담하기로 되어 있는데, 기술상의 문제로 아직 우리교육청 상담센터에서 받게 된다. 신고 전화기가 근무하는 책상이 아닌 전화 상담실에 있어 전화 벨 소리를 듣고 뛰어나가 받게 되는 데 그 횟수가 많아 만보기로 측정해보았더니 1000 보 이상이며 전화상담은 특성상 익명성과 시급한 내담자는 상담자의 상황을 모르기 때문에 상담이 장시간을 소요하는 경우가 많아 전화 상담에만 하루 3시간 가량 소요되어 학교폭력 전화가 상담센터의 주요업무 중 하나가 되었다.

 지금도 본연의 상담업무에 지장을 주는 것은 여전하나, 최근에 전화를 받는 나에게 인식의 변화가 생겼다. 전화를 건 상대방은 신고 전화를 한 순간에는 흥분하고 어려워하던 상담이 진행되면서 억울한 심정이 표출되고 정화되면서 전화를 마칠 때는 심리적으로 안정된다. 이는 학교상담의 전도사가 되어 전문상담교사와 학교상담의 역할을 홍보할 수 있는 전국적 도우미가 됨으로써 다른 상담자가 느끼기 힘든 자부심을 가지게 만들었다. 학교상담 연구에 도움이 되는 실증적 전국자료를 얻을 수 있고, 상담 능력을 다방면적으로 신장시킬 수 있으며, 보다 많은 내담자들의 자유와 행복한 삶에 도움 줄 수 있다는 사명감 때문이다.


 어저께 점심 무렵 경기도 오산에 거주하는 한 여성의 전화를 받았다. 근무하는 상담센터는 주로 아동, 청소년과 관련된 상담을 하는 곳이나, 상담을 간절히 원하고 있고, 연계를 통해 도움을 주어야 겠다는 판단에서 이루어진 것이다. 그녀는 자신에 대한 소개로 현재 21세로, 고교때 왕따와 주변의 편견 등으로 학업을 중단하고 방황하다가, 현재는 다소 안정되어 직장에 다니고 있는데 문득 문득 학창시절에 겪었던 어려운 경험들이 모멸감으로 다가와 울기도 하고, 때로는 죽고 싶다는 충동을 느낄 때가 많다고 토로하였다. 그녀에게는 과거의 경험이 가슴에 응어린 진채 분출되지 못하고 내면화 되어 있다가 특정 상황과 관련되면서 울컥한 심정으로 나타나 현재 생활에 어려움을 주는 것으로 해석되었다. 짧은 시간이나마 내담자의 억울한 심정에 공감을 통해 분출케 하였고, 자존감 회복에 도움이 되는 실례를 말해 주었으며, 그녀에게 반드시 후속상담이 필요하다고 인식되어 가까운 지역에 있는 가까운 교육청의 전문상담교사를 연계해주었다. 상담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그녀의 목소리가 뚜렷해지면서 긍정적으로 밝아지는 것을 느꼈다. “인생은 살만한 가치가 있다.”, “과거는 이미 지나갔고, 미래는 아직 오지 않았으므로 오로지 현재가 중요하다.”...  그녀는 전화 마무리에 점심시간을 뺏어 미안하다면서 “선생님! 식사 맛있게 하시고 행복하세요.” 하며 자신의 변화된 의지를 보여주는 말을 해주었다.


 변화되는 내담자의 모습은 상담자의 보람과 행복이다. 이 맛에 전국에서 걸려오는 상담전화이지만 상담자를 부르는 내담자의 목소리를 외면할 수 없는 것이다.